(유정식 지음/거름/264쪽/12.000원)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또는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균형성과표(BSC) 등 최신 경영기법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고 컨설팅사들은 이러한 기법들이 마치 만병통치약인양 기업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에 비해 빈약한 결과물, 그리고 컨설턴트들의 조언에 따라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신경영기법들이 우리의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상당수의 기업들이 컨설팅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품게 되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아더앤더슨과 왓슨 와이어트의 시니어컨설턴트를 역임한 뒤 현재 인퓨처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는 유정식 대표는 온갖 부조리로 얼룩진 제도권 컨설팅업계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재야 컨설턴트라고 칭하고 있다. 유대표는 최근 저술한 "컨설팅 절대로 받지 마라"를 통해 바가지요금과 온갖 편법을 일삼는 컨설팅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질서에 경종을 울린다. "신경제에서는 새로운 경영기법이 요구된다는 절박함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드는 프로젝트를 컨설팅업체에 의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컨설팅업체들은 고객의 문제해결보다는 자신들의 수수료에만 열을 올리고 형편없는 컨설팅 서비스를 고가로 팔아 잇속을 챙겼습니다."

업계의 내부인인 저자가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컨설팅업계는 결코 겉에서 보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으며 속임수와 모략으로 얼룩져 있다. "대다수의 컨설턴트들이 엄청난 노동 강도에 허덕이며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컨설팅 품질의 저하를 가져와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갑니다. 또한 대형 컨설팅사들이 제시하는 수수료는 한 마디로 엄청난 바가지 요금입니다. 컨설팅사들은 처음에 거액의 수수료를 제시하지만 시장에서 고객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40% 정도의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고 경쟁이 붙게 되면 수수료는 더욱 내려갑니다. 이것은 수수료가 거품 그 자체임을 스스로 알리는 꼴입니다. 그러나 대형 컨설팅사들은 이처럼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면서도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주니어 컨설턴트라는 타이틀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목표로 정한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컨설팅사들의 수수료가 거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또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컨설팅업계에서는 과거에 작성했던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프로젝트를 의뢰하여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고 받게 되는 보고서가 다른 회사의 그것과 비슷하다 못해 토씨까지 같고 수년전에 써먹었던 보고서를 다시 재탕하는 소위 "쌍둥이 보고서"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복제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자는 문제의 시작과 원인이 컨설팅업계에 있지만 고객 쪽에서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일부 고객사들은 왜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지 목적조차 명확히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하고 때로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날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비록 컨설팅이 문제가 많지만 변화와 혁신을 효율적으로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컨설팅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컨설팅 절대로 받지 마라"는 저자의 말은 사실 "못된" 컨설턴트와 "엉터리" 컨설턴트로부터 고객들 스스로를 보호하라는 의미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컨설팅업계의 진정한 발전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쓴 저 자신 역시 "너는 뭐 다르냐"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컨설팅업계의 자정을 위해 누군가는 한 번은 총대를 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디 이 책이 컨설팅업계에 자성의 계기가 되고, 보다 나은 컨설팅 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