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나이스비트 지음/비즈니스북스/368쪽/18,000원)

요즈음 우리 사회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교직원들의 시위, 비정규직 법안 반대 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시위 등으로 인해 계층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러한 시위들은 당면한 문제에 대한 근시안적 해법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욱 격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결국 이러한 변화들은 장차 우리의 삶과 생활방식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양대산맥으로 불리우고 있는 존 나이스비트가 최근 자신의 저서 『마인드 세트』의 한국 출판을 기념하여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하여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회장으로 오는 도중 시위군중들로 인해 교통이 막혀 10여분 정도 강연장에 늦게 도착한 나이스비트의 첫마디는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혜택을 입어 오늘날 경제강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이 FTA 반대 시위를 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것이었다.

일찍이 그의 저서 ‘메가 트렌드’를 통해 정보사회로의 전환, 아시아의 부상과 중국의 역할 등 주요 트렌드를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는 그는 신간 ‘마인드 세트’에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11가지 마인드 세트, 즉 사고의 틀을 제시하며 이러한 마인드 세트야 말로 미래를 그리는 그림물감이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이 책의 1부에 서 제시하고 있는 11가지 마인드 세트 중 주요한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주목해야 한다. 마치 퍼즐을 맞추어 나가듯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현재의 단편들을 모아 조합해보면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한 문제의 해결보다는 기회를 찾는데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은 변화에 직면하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 해결에만 주목하고 그 변화 속에 내포되어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는 개인과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이러한 마인드 세트를 토대로 문화, 경제, 중국과 유럽의 미래, 그리고 혁신과 미래에 대한 다섯 가지 커다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이제 문자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시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문자에서 시각 언어로 옮아감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 또한 경제적 경계선은 국가가 아니라 경제 도메인에 따라 그려질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미시시피 주에 세워진 현대 자동차 공장이 생산하는 자동차는 한국의 GDP가 아니라 미국의 GDP로 취급된다. 또한 급속한 탈집중화와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도시들은 엄청난 내부 경쟁을 추구하며 정부에서 벗어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사회주의 모델에서 벗어나 진지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결국 역사적 관광지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한국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이스비트는 그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1967년 1인당 국민소득이 160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이 오늘날 1만6,000달러에 이른 것은 엄청난 발전이자 전 세계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한국이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은 미래를 바라보며 기회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이나 세미나 등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인들이야말로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본보기라고 역설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금 ‘미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기회를 찾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나이스비트의 말은 우리들로 하여금 앞으로 당면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