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세믈러 지음/한스컨텐츠/288쪽/12,000원)

최근 비정규직 법안을 비롯한 제반 현안을 놓고 노사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수영 회장은 ‘기업도 파업할 수 있다’고 맞섰다. 서로의 입장과 이해가 다르다보니 이처럼 한 기업내에서든 산업전체에서든 노사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 구조를 탈피하고 노사가 화합함으로써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은 분명 있을 것이다.

아마도 브라질의 셈코라는 회사에서 우리는 그러한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셈코의 CEO인 리카르도 세믈러가 저술한 『셈코 스토리』는 갈등 구조를 야기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모든 직원들이 일주일 내내 주말처럼 즐기면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별난 기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셈코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타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

셈코는 원래 선박용 펌프 제조업체로 세믈러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였다. 세믈러가 이 회사를 물려받기 전까지만 해도 셈코는 한 마디로 극도로 경직된 회사였다. 셈코의 경영을 맡은 세믈러는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하고, 파괴했다. 실제로 셈코에는 공식적인 조직구조도 없고 인사관리부서나 심지어는 고용계약서조차 없다. 사업계획이나 경영전략은 물론이고 보고서나 경비내역서를 결제하는 사람도 없다. 셈코의 경영 철학과 운영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비즈니스 관행에서 철저하게 벗어난, 보통의 회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셈코의 연간 매출액은 1994년 3500만 달러에서 2003년 2억1200만 달러로 대폭 신장되었다.

셈코에서는 일주일 모두가 주말이다. 수요일에 출근해서 근무하는 것보다 등산에 구미가 당긴다면 산으로 가도 좋다. 대신 토요일이 출근하기 편하다면 토요일에 출근해도 된다. 일주일 모두를 휴일로 삼는 이유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짧은 지면에 셈코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셈코가 일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높은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이러한 철학을 당장 실행에 옮길 자신이 없다. 이러한 철학과 믿음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세믈러가 했던 것처럼 과감하게 실행할 용기와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끈기가 요구된다. 당장 직원들에게 내일부터 자유롭게 출퇴근하고 자율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수익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일하라고 말한다면 당장 떠오르는 것은 혼돈과 무질서다. 실적 또한 곤두박질할 거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은 항상 용기와 끈기를 요구한다. 모든 걱정과 두려움을 누르고 이제부터라도 한 걸음씩 변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 노사가 화합하고 상생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