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생 지음/홍익출판사/279쪽/12,000원)

2003년 4월 모나코에 소재한 소버린 자산운용의 자회사인 크레스트 증권이 국내 최대 정유회사이자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주식을 14.99%를 매입함으로써 1대주주로 등극했다. 그리고 소버린은 이를 계기로 주주 권리 강화 운동을 전개하며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기존의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우리 사회에 주주권리 운동이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1700억원을 투자한 지 2년4개월 만에 무려 1조원의 차익을 챙긴 국제적 사모펀드 소버린에 대해 숱한 의혹과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난무했다.

미국 호스프라 대학교 경영학 교수인 김위생 등이 저술한 『소버린의 진실』은 소버린이 SK㈜의 주식을 매입한 배경에서부터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위한 추천 이사 선정, 그리고 위임장 대결에서 패배하여 마침내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나기까지의 전 과정을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전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외국자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심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부’라는 파이를 키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버린이 SK와의 대결을 통해 SK㈜ 주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SK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었으며, 국내에서 주주 민주주의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필자 역시 저자들이 지적하는 외국자본의 이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는 깊이 공감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기업의 목적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합리적인 유통과 뛰어난 마케팅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을 기업의 주인인 주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기업의 역할이 주주이익의 극대화로만 끝나는 것일까. 실제로 이러한 외국자본들의 지배논리인 주주이익 극대화는 오늘날 많은 병폐와 해악을 낳고 있다. 단기실적에 급급한 CEO들은 과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장기적 차원의 투자를 꺼리며, 때로는 엔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터무니없는 회계장부 조작을 자행하여 결국 기업을 파멸로 몰아넣기도 한다.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다. 개인이 영적 깨달음을 통해 보다 성숙된 삶을 살 수 있듯이 자본 역시 깨어 있는 자본이 되어야 하고 기업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영혼이 있는 기업은 단기이익과 주주이익의 최대화를 넘어 비즈니스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지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발전과 행복 증진을 위해 기여한다는 원칙을 가진다. 이러한 원칙은 탐욕으로 얼룩져 있는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치유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즈음 SK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부정회계 스캔들로 인한 한 차례의 홍역을 겪고 난 후 SK는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공익을 생각하고 사회의 어두운 곳과 불우한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난 듯 하다. 물론 외국자본은 투자의 활성화, 주주 이익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과연 외국자본이 단기적인 이익 추구 이외에 영혼이 깃든 경영에 관심이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