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여행 ː 인생 ː 인재 ː 소셜



ID/PW찾기 l 보안접속
이용권 등록	회원가입

AM9:00 ~ PM6:00
점심 12:00 ~13:00

한 비 자

저자 : 한비

출판사 : -

출판년도 :

분야 : 해외고전문학

만화중국고전 15)

저자 : 한비자/채지충 / 출판사 : 대현출판사

한비자 (동양고전총서 3)

저자 : 한비 / 출판사 : 홍익출판사

한비자/한비자

저자 : 김영주 역해 / 출판사 : 신원문화사

이 사람과 사귈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한비(韓非)가 지은 책을 진(秦) 나라로 가지고 갔다. 진왕(秦王)은 〈고분 孤憤〉과 〈오두 五　〉 두 편의 문장을 보고, "아! 과인이 이 사람을 만나 사귈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사(李斯)가 "이것은 한비가 지은 책입니다" 라고 말하자, 진 나라는 급히 한(韓) 나라를 공격했다. 한 나라의 왕은 처음에는 한비를 등용하지 않았으나 상황이 급박해지자 한비를 진 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했다. 진왕은 한비를 좋아했으나 아직 그를 신용하지 않았다. 이사와 요고(姚賈)는 한비를 시기해 이렇게 비방했다. "한비는 한 나라의 왕족입니다. 지금 왕께서 천하를 통일하려 하시는데, 한비는 결국 한 나라를 위하지 진 나라를 위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뻔합니다. 그러나 지금 왕께서 등용하지 않고 오랫동안 억류했다가 돌려보낸다면 이는 스스로 후환을 남기는 일이오니, 차라리 잘못을 잡아내 법대로 처형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 최고의 역사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 史記》〈노자한비열전 老子韓非列傳〉에 나오는 기록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진왕은 후일 처음으로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거대한 제국 진(秦)을 세운 시황제(始皇帝)다. 또 한비를 시기해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이사는 후일 진 제국의 승상에까지 이르게 되는 막강한 인물이다. 그런 이사조차 한비를 시기했다니 도대체 한비는 어떤 글을 지은 사람이길래 그런 것일까? 오늘날 우리가 그의 사상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바로 그가 지은 것으로 전하는 《한비자 韓非子》라는 책이다. 《한비자》는 흔히 고대 중국의 법가(法家) 사상을 종합한 법가의 대표적인 저술로 간주되는 중요한 문헌이다. 여기서 진시황이 읽었다고 하는 〈고분 孤憤〉과 〈오두 五　〉는 오늘날 말로 풀이하면 각각 "외로운 울분"과 "나라를 좀 먹는 다섯 가지 벌레"라는 의미다. 아마도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 그런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제왕학의 바이블을 만든 말더듬이
한비는 한 나라 출신의 공자(公子)다. 한비가 태어난 한(韓) 나라는 본래 춘추(春秋) 시대의 제후국 진(晉) 나라에 속했는데, 이 진이 세 세력에 의해 나뉘면서 비로소 성립한 나라다. 한때는 전국칠웅(戰國七雄) 가운데 하나가 될 정도로 강성한 나라였으나 국토가 좁고 수많은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어있어 전략적인 요충지로 늘 위험을 안고 있었다. 특히 강대한 진(秦) 나라와 접경하면서 제3대 왕인 안왕(安王) 때에 이르면 거의 멸망당할 위기의 상황에까지 몰렸다. 한비를 진(秦) 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한 것이 바로 이 안왕이니 한비는 한 나라가 매우 어려운 때 태어나 살다가 죽은 것이다. 대개 춘추전국 시대 중국의 고전이 사(士) 계급의 사상으로 이뤄졌다면, 《한비자》는 군주의 입장에서 천하를 통일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논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한비자》는 제왕이 되는 방법, 제왕의 자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논한 이른바 "제왕학(帝王學)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한비는 성이 한(韓)이고 이름이 비(非)이다. 기원전 280년에 태어나 233년 그의 모국 한(韓)이 멸망하기 두 해 전에 죽었다. 한비자(韓非子)는 그의 사후에 붙여진 존칭이며 그가 지었다고 하는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비록 한의 왕족이기는 하지만 서자 출신이기에 정치적 운은 따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비는 당시로서는 가장 유명한 사상가이자 철학자로서, 고대 중국 학문의 중심지였던 제(齊) 나라의 직하(稷下)에서 명성을 날린 순자(荀子)가 초(楚) 나라의 난릉(蘭陵)에서 현령(縣令)을 하던 시절에 그의 문하에 들어가 배운 적도 있으며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진의 이사와는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이사는 이미 순자의 문하에서 함께 수학하던 시절부터 한비의 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이를 몹시 시기했다고 한다. 어쩌면 한비의 불운한 죽음은 이미 이 때부터 준비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한비를 버린 나라는 망했고, 받아들인 나라는 천하를 통일했다.
기록에 의하면, 한비는 심한 말더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악조건은 그가 문장을 연마케 하는 계기가 됐고, 당시부터 이미 사상가로뿐 아니라 유려한 문장가로서 이름이 높았다. 한(漢) 나라 때부터 한비는 그 이전의 법가 사상의 세 가지 유파 즉 법(法)을 강조한 상앙(商殃) 학파, 술(術)을 강조한 신불해(申不害) 학파, 세(勢)를 강조한 신도(愼到)의 사상을 종합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만큼 《한비자》는 고대 중국의 법가 사상을 대표하는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비자》에는 매우 진보적인 역사관, 관료 제도의 유지에 필요한 형명(形名)과 무위(無爲) 등 비교적 합리적인 사상이 다수 포함돼 있다. 어떤 학자들은 중국을 정치적으로 통일한 것은 진시황이고 사상을 통일한 것이 유가(儒家)라면, 중국 제국의 제도적 기초를 마련한 것은 바로 법가(法家)이며, 법가 사상에 담겨 있는 합리적인 국가 운영 이론들은 훗날 중국 제도의 초석이 됐고 과거 제도 또한 법가에서 연원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한비자》는 본래 《한자 韓子》라 불렀다. 그러다가 송(宋) 나라 이후부터 당(唐) 나라 때의 대유학자 한유(韓愈)를 한자라 부르면서 《한비자》라 부르게 된 것이다. 본래 《한비자》가 몇 편으로 구성된 것이었는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사기》에서는 한비가 십여 만자의 저술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한서예문지 漢書藝文志》에서는 총 55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수서경적지 隨書經籍志》에서는 20권이라 기록하고 있는데, 내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알 수 없다.
요즘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한비자》는 대개 청(淸) 나라 때의 학자 왕선신(王先愼)이 펴낸 《한비자집해 韓非子集解》와 현대 학자 진계천(陳啓天)이 펴낸 《한비자교석 韓非子校釋》을 기본으로 한 것들이다. 일찍이 한(漢) 나라의 합리주의자 왕충(王充)은 《논형 論衡》이라는 책에서 한비의 조국이었던 한(韓) 나라가 망하고 적국이었던 진(秦) 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한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와 받아들인 자의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한비자》는 역대 제왕들의 정치학 교과서로 애독되었던 문헌이며,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전통 중국의 정치와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다.

▣ 《한비자》의 내용 구성
고대 중국의 법가 사상의 대표적인 문헌인 《한비자》는 법치(法治)의 필요성과 그 방법,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법치'란 오늘날의 민주적 법치 국가 이념과는 다른 '제왕의 법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1. 인간은 이기적이므로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인간 본성과 법치(法治)의 필연성
2. 통치할 때에는 기본 원칙을 따라야 한다--도(道)와 리(理)
3. 시대가 변하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모순(矛盾) 이야기
4. 제왕(帝王)이 지키고 이용해야 할 세 가지 수단--법(法), 술(術), 세(勢)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한비자》는 인간을 이기적인 호오(好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파악하고, 사회 질서와 국가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에 의한 통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한비자》의 법치이념은 자연 질서의 표현인 도(道)와 리(理), 그리고 시대 변화에 따른 제도의 특수성이라는 역사적 시각에 근거해 정당화된다. 그러나 이런 필연성만으로는 법치의 이념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보는 《한비자》는 제왕이 현실적으로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따라야 할 실천적 도구로서 법(法), 술(術), 세(勢)를 제시한다. 이 세 가지는 군주의 권력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고, 관리들에 대한 실질적 지배를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제시된 것이다. 법가의 중요한 용어들에 해당하는 형명(形名), 무위(無爲), 형덕(刑德), 상벌(賞罰)과 같은 사상들은 대개가 이 세 가지 수단을 실행하는 방법이나 세부 수단으로 제시된다.
다양한 이야기와 논설의 모음집 형식을 취하고 있는 《한비자》의 내용을 본래 그대로의 순서에 따라 정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런 방식은 독자들이 스스로 《한비자》를 읽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다고 평가되는 중요한 사상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읽혀지는 중요한 문장들을 네 가지 주제별로 묶어 《한비자》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간추리고 필요한 용어나 내용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깊이 읽기 코너에서 간단하게 해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