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앨리스 그레이 지음/이마리 옮김/두란노/244쪽/8,500원)

- 폴 브랜드 & 필립 얀시

존 카미간은 한센병(문둥병) 증세가 아주 심하게 악화된 상태로 인도의 벨로어에 있는 나를 찾아왔다. 그의 손과 발은 이미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상했기 때문에 우리가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대신 새 생활 센터에 그를 위한 거처와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존은 한 쪽 얼굴이 마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웃을 수가 없었다. 그가 웃으려고 하면 얼굴이 균형을 잃고 일그러졌기 때문에 곧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은 종종 너무 놀라 입을 크게 벌리거나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존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점점 더 예민해져 갔다. 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켰다. 아마도 그의 외모에 대한 반응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거칠고 잘못된 행동들로 세상을 향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 우리는 그가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는 분명한 증거들을 가지고 그와 대면해야 했던 긴장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는 동료 환자들을 무자비하게 대했고 모든 권위에 저항했으며 금식 투쟁을 하며 우리에게 이유 없는 대항을 하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구제 불능 상태였다.

내 어머니의 마음이 존에게 끌렸던 것은, 절대 회복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종종 어머니는 가장 별난 사람들을 꽉 쥐고 놓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존을 돌보면서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셨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존의 격분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평생 받아온 학대와 거부 때문에 환자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는 뿌리깊은 분노를 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거의 시비조로, "내가 벨로어에 있는 타밀 교회를 방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라고 내게 물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존을 데리고 그 교회를 찾아갔다. 한센병 환자가 이처럼 낯설고 새로운 환경 속으로 처음 들어가야 할 때 느끼는 충격과 두려움은 제3자인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나는 예배실 뒤쪽에 그와 함께 서 있었다. 그의 마비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세한 근육의 떨림은 그의 불안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없기를 나는 조용히 기도했다.

첫 찬송가를 부르는 동안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뒤쪽에 서 있던 사람 중 하나가 반쯤 돌아서서 우리를 보았다. 반점 투성이의 일그러진 얼굴을 가진 환자와 그 옆에 서 있는 백인, 우리 두 사람은 분명히 이상해 보이는 한 쌍이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리고 드디어 일이 벌어졌다.

뒤를 돌아보던 그 사람이 손에 들고 있던 찬송가를 내려놓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거기 앉으라고 존을 초대한 것이다! 존은 아마도 그때보다 더 놀란 순간은 평생 없었을 것이다. 존은 망설이는 듯하더니 질질 끄는 작은 발걸음으로 그 줄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마침내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날 그 사건은 존의 삶을 바꾸어 놓는 전환점이 되었다. 벨로아를 떠났던 나는 몇 년 후에 그곳을 다시 방문했고, 장애인들이 모여 일한다는 한 공장을 찾아갔다. 그 공장의 책임자는 내게 타자기 부품을 끼워 맞추는 데 쓰이는 소형 나사 생산 기계를 보여 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직원도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 직원은 '무결점 최고 품질'의 물건을 만든 사람에게 모 회사가 주는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했다.

우리가 공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 최고상을 수상했다는 그 직원이 우리에게 인사하기 위해 얼굴을 돌렸다. 그때 내가 본 것은 존 카미간의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분명 그였다! 그는 뭉툭하고 작달막한 손에 묻은 기름을 닦으면서, 그때까지 내가 보았던 것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볼 수 있도록 그 작고 정교한 나사들을 한 주먹 쥐어 보여 주었다.

그리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 단 한번의 간단한 환영이 그처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존은 그 자리에서 증명해 주고 있었다. 이상한 외모로 늘 사람들의 부정적인 판단을 받아 온 그는, 한 사람의 환영하는 마음으로 인해 인정받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