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지음/미래의창 /264쪽/11,000원)

거리에 넘쳐나는 수입 고급차들, 백화점이나 면세품점의 가파른 명품 매출 신장율,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가짜 명품 사건 등은 우리나라의 사치 열풍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치의 대명사인 명품 열풍을 타고 20∼30대의 젊은이들 사이에 자신의 분수를 넘어 명품으로 치장하는 허영심 가득한 ‘된장녀’나 배고픈 뱁새가 되더라도 황새처럼 한번 살아보겠다는 소위 ‘황새소비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의 김난도 교수는 최근 저술한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날로 보편화되고 있는 사치 풍조를 개탄하며 사치 욕망의 근저에 자리잡은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소비에 대한 개개인과 사회의 타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과거에는 특별한 부유층들의 전유물이었던 사치가 현대 사회에서는 소비의 평등화라는 허울을 쓰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만연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많은 소비자들이 지갑에 넣을 돈조차 없으면서 ‘명품 지갑’을 덜컥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이처럼 사치에 열광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개인적 감정과 그러한 욕망을 키우는 사회적 조건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저자는 기존의 이론 검토와 사치품 애호 소비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사치를 하는 감정적 근원과 그러한 감정을 형성하는 외적 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관, 즉 ‘마음의 버릇’을 결합시킴으로써 사치의 네 가지 유형을 소개한다. “사치의 감정적 근원으로는 과시, 질시, 환상, 동조의 감정이 있었고, 외적 여건으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마음의 버릇 중에는 계층민감, 평등지향, 나르시시즘, 집단의식이 소비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네 가지 감정적 근원과 네 가지 마음의 버릇을 순서대로 결합시키면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의 네 가지 사치 유형이 생겨납니다. 첫째, 과시형 사치는 주로 부유층이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고 다른 계층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 사치품을 소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질시형 사치는 부유층을 시기하고 부유층과 똑같이 사치품을 구매하는 유형입니다. 셋째, 환상형 사치는 명품을 소비하면 자신이 다른 자아로 변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사치를 하는 것입니다. 넷째, 동조형 사치는 주위 사람들이나 스타가 사용한다는 이유로 덩달아 고가품을 구매하는 유형을 말합니다.”

사치의 욕망이 이처럼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사치를 권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회와 국가는 소비만능의 가치관에 충실하고, 기업들은 치열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사치 욕망을 부추깁니다. 또한 대중매체는 이러한 욕망이 극대화되도록 소비자를 자극하며, 신용카드를 통해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도 일단 사치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분야가 ‘소비를 위해 최적화’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사회는 소비지향적으로 변했고, 감각과 욕망에 기초한 소비만이 유일한 쾌락의 원천이 되어버린 물신(物神)의 사회가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개탄한다. “소비는 이제 우리의 정체성이자 존재이유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치를 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비의 질이 곧 삶의 질이고,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믿음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치의 열병을 가라앉히고 우리의 삶의 진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우리들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의 건실한 정책, 매스미디어의 자정노력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근원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모두 물건을 사는(買) 열정을 삶을 사는(生) 열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야말로 명품입니다.”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