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석 지음/비전과리더십/288쪽/12,000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향해 일에 중독된 듯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성공을 향한 집착은 스트레스나 강박관념을 낳고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고 두려워하여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한국정신분석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전남의대 정신과 이무석 교수는 ‘30년 만의 휴식’을 통해 성공지상주의에 빠져 강박관념과 일중독으로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우리는 정신과 의사하면 대체로 매우 근엄하고 날카로운 모습을 연상하기 십상인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첫인사를 건넨 이교수는 마치 이웃 아저씨처럼 넉넉하고 포근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교수는 우리의 대부분의 문제행동들이 무의식(유년기의 상처와 같은)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실제 현실과 심리적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정신치료는 이처럼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의식으로 끌어내서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심리적 감옥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자신을 자유롭게 성장시키고 진정한 평안과 휴식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심리적 감옥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아 자기 자신을 이해해야 합니다. 정신 치료란 일종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30대 후반의 중견기업 임원 김휴(休)는 어린 시절 형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히 공부벌레, 일벌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실패와 아버지의 외면이 가져올 심리적 현실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미 늙었고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속의 아버지는 습관처럼 그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휴는 30여 년 동안 마음 속에서 자기를 지배해왔던 아이의 감정을 분명히 보았고 마침내 무의식에 숨어 있었던 어릴 적 분노와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정한 평안과 자유를 얻었다. 그 후 휴는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우리들 자신을 자세히 보면 휴처럼 철들지 못한 마음 속의 아이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과거의 경험이 만들어 놓은 모순된 감정들과 유아적인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요. 이해할 수 없는 분노, 열등감 같은 유치한 감정들이죠. 이러한 감정들은 실제 현실이 아닌 심리적 현실일 뿐이지만 대인관계나 정신 세계에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 역시 휴처럼 ‘내 안의 아이’로 인해 갈등하고 고통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록 이것이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우리는 이 갈등을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아울러 다른 사람의 갈등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열쇠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교수는 그 동안 치료 결과를 보면 휴처럼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고 성과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결국 정신과 의사는 우리의 내면을 이해하도록 돕는 도우미에 그치고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 자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갖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평안과 기쁨 그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