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두 지음/김앤정/158쪽/6,800원)

1973년 4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제1차 오일 쇼크가 일어났다. 그로 인해 배럴당 2-3달러에 불과했던 유가가 10달러를 넘어섰고 1979년 2차 오일 쇼크 때에는 40달러대까지 육박했다. 그 후 30달러대를 넘나들던 유가는 1986년경 다시 10달러대로 폭락했고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 들어 70달러를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유가 급등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승용차 격일제 운행이나 제한 송전과 같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밤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고 거리에는 자동차가 넘치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유가 동향에 벌써 만성이 되어 위기의식이 둔감해져 버린 것일까.

한국국방연구원의 이라크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고 있는 국제유가전문가 김재두 박사는 최근 저술한 『오일 100달러 시대는 오는가!』에서 2005년 금단의 벽이었던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한 유가가 머지않아 100달러 선을 돌파하게 되고 석유를 둘러싼 국가 간의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100달러를 넘는 초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단순히 수급 때문이 아니라 석유를 둘러싼 국가간의 전략들이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석유는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안보차원에서도 모든 국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실제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것도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고, 최근 미국이 이라크를 선제 공격한 것 역시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움으로써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과 석유패권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국제정세는 에너지확보전의 양상으로 발전했다. 석유를 둘러싼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략은 협력의 가능성보다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제로섬게임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장차 에너지 분쟁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현재의 국제 질서가 미국 주도의 에너지 수급에 동참하는 친미 동맹국가와 반미 견제국가들로 재편되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고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고유가 역시 이러한 강대국들간의 패권 경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시장은 가장 비정하면서도 냉철한 현실 인식이 수반되어야 하는 정글 중의 정글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석유를 비롯한 자원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쏟아야만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아직 세력 판도가 유동적인 아프리카 지역에 힘을 쏟고 동시에 안보의 논리와 경제의 논리를 실질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가올 고유가와 에너지 안보 시대에 대한 통찰력 깊은 저자의 주장은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해준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