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M. 스트록 지음/북프렌즈/342쪽/12,000원)

미국 러시모어 산에는 4명의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엄격한 성격의 워싱턴, 명석한 두뇌의 제퍼슨, 성자로 추앙을 받으며 우수에 잠긴 링컨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숭배한다. 그러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무언가 좀 다르다. 비록 그가 대부분의 생애를 19세기에 살았음에도 그의 얼굴모습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생생함과 친근함을 전해주고 있다. 그것은 그의 사고가 오늘날 우리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생각들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1901년 9월 13일 금요일, 부통령 루스벨트는 급보를 받고 버팔로로 가기 위해 밤새 마차를 달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맥킨리 대통령이 이미 서거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버팔로에 도착하자마자, 루스벨트는 미국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선서를 했다. 42세 생일을 2주 남겨놓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가장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되었고 현재까지도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루스벨트는 최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그가 보여준 리더십의 대부분은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에 의해 계발된 것이었다. 루스벨트는 리더십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있어서 최고 수준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자신의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리더십에 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루스벨트가 경력을 쌓아온 궤적은, 당시로서는 전통을 벗어난 독특한 것이었지만,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루스벨트는 삶에 대하여 이미 100년 전에 오늘날 기업가와 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어디에 있든 리더가 되어라
루스벨트는 대학시절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심장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며 의사는 앞으로 심한 육체활동을 하지말고 직업선택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끊임없는 운동과 육체활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갖추었고 모든 면에서 강한 의지로 꾸준히 노력하여 많은 것을 이루어 냈다. 그리하여 스페인-미국전쟁 때는 쿠바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러프 라이더스(Rough Riders) 부대의 영웅적 리더가 되었고, 거친 서부의 존경받는 목장주로, 그리고 탐험가로 변신했다. 전문가를 능가하는 자연에 대한 지식과 사랑으로 자연에 푹 빠졌던 루스벨트는, 때로는 피에 굶주린 냉혹한 승부 근성을 지닌 열렬한 스포츠광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루스벨트의 리더십 교훈 중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현재 당면한 일에 있어 전력투구를 하며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토대로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리더십의 힘 대부분은 단순함과 투명성에서 나왔다.

1895년, 36세에 루스벨트는 뉴욕 시 경찰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부패한 관료조직을 강타했다. 당시 애송이 위원이었던 루스벨트는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공화당 내에서도 만연한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냈다. 그의 신랄한 공세는 부패한 정치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896년 공화당의 윌리엄 맥킨리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루스벨트는 해군성 차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올바른 국가 정책을 통해 국가에 헌신하는 것 이외에도 조국을 위해 전쟁에 참가하여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오랫동안 갈망해 왔다. 그 해 4월 마침내 스페인과 미국의 전쟁이 시작되자 루스벨트는 자신의 머리뿐 아니라 신체 역시 조국을 위해 바쳐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가족과 친구의 거센 반대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해군성 차관의 자리를 내던지고 쿠바에 주둔 중인 육군부대에 자원했다. 쿠바전투에서 그는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도 말을 타고 무방비 상태로 공격에 노출된 채 부하들을 지휘했다.

1898년 여름 스페인-미국간의 쿠바전투를 마치고 여름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 루스벨트는 국가적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루스벨트는 1898년 11월에 뉴욕 주지사에 당선되었다. 공화당의 실질적 지도자인 플래트는 새 주지사 루스벨트가 중요 정책에 대해 사전에 당과 사전 협의하겠다는 약속을 잘 지킬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결국 자기 방식대로 업무처리를 했다. 루스벨트는 고위직 인사 임명과 규제 법안 그리고 자원 보존 관련 주요 정책에 대해 플래트 및 양당의 구태의연한 세력들과 자주 의견을 달리 했다.

플래트는 은밀하게 루스벨트를 뉴욕에서 쫓아내기 위해 기회를 노렸다. 1899년 후반 부통령 가렛 호바트가 돌연 사망하자 플래트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부통령직은 일종의 종착역으로 간주되었다. 부통령의 업무는 1년 동안 단 몇 일밖에 열리지 않는 상원의원회의의장 역할이 전부였다. 루스벨트는 플래트의 이러한 의도에 강력히 저항했지만 결국 부통령후보로 지명되기에 이르렀다. 1901년 3월 4일 맥킨리의 승리로 환호에 가득 찬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에서 눈에 띄지 않는 들러리로 나서야 했을 만큼 부통령으로서 루스벨트의 역정은 외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1901년 9월 맥킨리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루스벨트는 미국의 26대 대통령이 되었다.

몽둥이 휘두르기!
루스벨트에게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투사의 이미지이다. 루스벨트가 알바니 주지사 시절 관저에 있던 당구 테이블을 레슬링 매트로 바꾼 사실은 결코 놀라만한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 시절에는 권투게임도중 왼쪽 눈의 시력을 잃기도 했다. 루스벨트는 인생의 모든 면에 싸움과 투쟁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는 없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최선의 방어는 바로 공격이다."라고 결심했다. 해군성 차관시절에도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기선제압은 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보장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는 무용지물이다.
… 평화의 여신은 정의의 칼을 수반할 때만 힘을 발휘한다.

국내에서, 루스벨트는 자신의 국가관과 일치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여겨지는 개인이나 단체들을 가혹하리만큼 매섭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공격 자세를 취했다가도 신속하게 화해의 태도를 취했으며, 이 같은 방식으로 아주 성공적인 협상가가 될 수 있었다. 그는 1905년 러일전쟁을 성공적으로 중재함으로써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루스벨트는 국내에서 중요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도 강력한 힘을 사용했다. 그는 국가 경제를 붕괴시키고 폭력사태를 유발할 수 있었던 1902년의 안드레이사이트 탄광 파업을 성공적으로 중재했다.

행동, 행동 그리고 또 행동
루스벨트는 미국이 20세기의 세계무대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기초를 쌓았다. 그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말은 부드럽게 하되, 행동은 강력하게 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고 생각했다. 그는 국회가 논쟁만 하고 있을 때 자신의 특기대로 신속하게 행동하여 파나마 운하를 차지했다. 또한 그는 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하기를 주저하는 미국인들을 설득하여 세계수준의 해군함대를 구축했다. 마치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듯한 그의 열정적 모습이 너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나머지 비평가들은 그를 위험한 전쟁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8년에 이르는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 중 미국은 "단 한발의 총탄도 외국에 대해 발포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리고 이처럼 가장 호전적인 사람이 후일 노벨평화상을 받은 최초의 미국인이 된 것이다.

루스벨트는 탁월한 행동력을 토대로 대통령직의 업무영역에 대한 종전의 경계선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루스벨트는 한 마디로 현대적 의미의 대통령 직무를 창안했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운 전통 중 많은 부분이 오늘날까지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음은 그에 대한 존경심이 아직도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루스벨트는 평생을 살면서 본보기의 효과를 깊이 받아들였다. 항상 인격을 중시하고 그 인격은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행한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고 믿은 루스벨트는, 자신의 생활도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그는 나태한 장군들을 불러 등산을 하게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위급 장교들로 하여금 말을 타고 3일 동안 90마일을 달리도록 지시했다. 당연히 불평과 함께 독재자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루스벨트는 단 하루만에 말을 타고 100마일을 주파함으로써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또한 그는 대통령으로서 신변의 안전도 개의치 않고 새로 발명된 잠수함을 타고 한 시간 이상 잠수하기도 했다.

대통령에서 퇴임한 후에도 루스벨트는 1917년 미국이 마침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자, 국회가 승인한 지원병으로 구성된 사단 중 한 부대를 지휘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제안이 거절되자 루스벨트는 대신 자신의 네 아들을 유럽 전장으로 보냈다. 딸 에텔도 프랑스에서 간호사로 복무했다. 그러나 그들의 아들 퀀틴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온 세계를 통틀어 국가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봉사한 것으로 알려진 리더는 마지막까지 모범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도덕적이며 강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
1919년 1월 5일 일요일 루스벨트는 몇 개의 사설을 쓰고 다듬는 등 하루종일 집필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새벽 4시가 지날 무렵 루스벨트는 잠든 상태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정적이었던 부통령 토마스 마샬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죽음도 루스벨트를 그가 잠들어 있을 때 데려가야 했다. 그가 깨어 있었더라면, 한 바탕 대전투가 일어났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으로 적절한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하며 실제로 리더십의 위기를 실감하곤 한다. 리더십 연구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윌리엄스 칼리지의 제임스 번즈 교수는 그의 저서 『리더십 강의』에서 현대인들은 "도덕적이며 강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리더십의 위기는 권좌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탁월하지 못함과 무책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루스벨트는 오늘날 우리가 갈망하고 있는 "도덕적이며 강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루스벨트가 이룬 업적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삶에 전력투구하는 그의 삶의 자세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그의 진정한 마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