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렌드 M. 레레 지음/흐름출판/319쪽/13,000원)

오늘날 거의 모든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높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거의 없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성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만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승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블루오션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경쟁이 없는 독점적 지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 샘 윌튼의 월마트와 같은 성공적인 기업들은 모두 이러한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하여 오늘날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 교수인 밀랜드 레레는 그가 저술한 『미래시장을 잡는 독점의 기술』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기업만이 안정된 성장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독점이라고 하면 대개 비합법적으로 경쟁을 제한시키거나 경쟁을 없애려고 하는 각종 수단이나 "불법행위"를 연상한다. 그러나 저자는 독점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 독점을 "이익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소유할 만한 사업영역이나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독점을 추구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법이나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목표이며 독점이야말로 모든 성공한 기업의 핵심적인 성공비결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모든 독점은 두 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독점이 어떠한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지 그리고 그 지배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마켓의 진열대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배타적 권리를 갖는 등 소유할 가치가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그 독점적 공간을 활용하여 충분한 기간 동안 이익을 남길 수만 있다면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 동안 수많은 경영전략의 대가들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차별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낮은 원가, 보다 높은 효율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한다하더라도 결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오로지 독점만이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례로 저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를 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원가절감의 중요성과 가치를 보여주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모범사례로 들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성공한 것은 원가 절감이라는 경쟁우위 때문이 아니라 저가 항공이라는 소유할 만한 공간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저렴한 요금이 모든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1971년 설립 당시부터 특정 노선에 집중하고 가격에 민감한 학생이나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퇴직자들을 타깃으로 배타적인 독점력을 창조하고 유지해왔다.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규제나 기술 그리고 대규모 자산 등 물리적 요소들을 독점의 주요 요소로 여기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극심한 경쟁 속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오늘날 세계화의 물결은 기술과 각종 노하우들을 전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전파시키고 있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모방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에서는 과거에 엄청난 장점이었던 전통적인 자산 독점이 오히려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독점이 될 만한 상황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상황적 독점이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기존 업체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새로운 기업이 상황적 독점을 확보하여 선발업체를 추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상황적 독점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있는 기업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