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강의』(제임스 M. 번즈 지음/생각의나무/905쪽/25,000원)
『영혼을 움직이는 리더』(커트 센스케 지음/황금부엉이/259쪽/12,500원)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으로 적절한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하며 실제로 리더십의 위기를 실감하곤 한다. 이제 곧 선거를 통해 우리는 일정기간 동안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를 이끌어줄 리더들을 선출하게 된다. 선거 때마다 언론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 올바른 일꾼, 즉 올바른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리더란 어떤 리더이고 또한 어떠한 리더십을 가져야 하며 우리는 어떻게 올바른 리더를 판단할 수 있을까?

리더십 연구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윌리엄스 칼리지의 제임스 번즈 교수는 리더십에 관한 깊은 학문적 고찰과 실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리더십 강의』에서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리더십은 경쟁과 갈등의 국면에서 리더와 추종자 양자가 각각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나 서로 공유하고 있는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 특정 동기와 가치들과 여러 가지 경제적, 정치적 및 기타 자원들을 지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상호적인 동원과정이다."

결국 리더십이란 리더와 구성원들이 서로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리더십을 권력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리더십은 권력과는 뗄 수 없는 것이지만 단순한 권력의 소유나 지배와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소위 리더십과 권력을 동일시하여 전횡을 일삼고 권력의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결국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나아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권력자들을 종종 보아왔다. 모든 중독이 그러하듯이 권력에 대한 중독 역시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중독의 치명적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꽁꽁 얼어붙은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인들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늑대를 잡는다고 한다.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칼날에 피를 흠뻑 묻힌 다음 그 칼을 얼린 뒤 날카로운 칼날이 위쪽을 향하게 하여 얼어붙은 땅속에 칼의 손잡이를 박아놓는다. 그러면 피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와서 칼날을 핥고, 얼어서 무감각해진 늑대의 혓바닥은 어느새 날카로운 칼끝을 핥기에 이른다. 피를 흘리기 시작한 늑대는 자신의 피에 끌려 더욱더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칼날을 핥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각계각층에서 리더십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채 권력의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파멸에 이르는 리더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분노와 함께 암울함을 느낀다.

번즈는 리더와 추종자들 간의 이러한 상호과정은 근본적으로 상이한 두 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 번째, 거래적(transactional) 리더십으로 지도자들은 어느 한 가지를 다른 것과 교환할 목적으로 추종자들에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거래 당사자들은 서로 상대방의 권력자원과 태도를 의식하면서 행동한다. 예를 들어 투표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보상으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적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들이 보다 높은 목적을 추구하도록 서로를 묶어주고 결합시키지 못한다. 두 번째, 변혁적 리더십은 추종자들의 현존하는 요구 또는 잠재적 추종자들의 필요와 수요를 인식하고 이를 충족시킴으로써 추종자들을 전인격적으로 사로잡는다. 변혁적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 양측의 행위 수준과 윤리적 열망의 정도를 고양시켜 양쪽 모두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추종자들의 진정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도덕적 리더십으로 발전한다. 번즈는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의 가장 현대적인 예로 간디를 들고 있다. 그는 수백만 인도인의 희망과 요구를 불러일으켰으며 이 과정에서 그의 삶과 성격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와 같은 기본적 틀 안에서 번즈는 올바른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리더십은‘목적 있는 권력’으로 지도자 개인의 단순한 권력 행사나 지배 차원이 아니라 "집단적 목적과 요구의 추구’라는 보다 폭넓은 것이어야 한다. 둘째, 리더십은 돈, 인기, 사회적 배경과 같은 권력자원 중심에서 벗어나 용기, 끈기, 창의적 사고와 같은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필요로 하며 아울러 도덕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셋째, 대중에게 도덕적 판단과 시민 정신 등을 교육함으로써 영웅 숭배나 무질서한 욕구 분출의 비도덕성과 비민주성을 깨우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리더 역시 인간이기에 아무리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한다해도 수많은 장애물과 유혹의 지뢰밭을 통과하기에는 역부족이며 결국은 인간적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를 나누지 않는 리더십은 그것이 아무리 탁월한 것이라 할지라도 하고 불완전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루터사회복지센터의 최고경영자인 커트 센스케는 그의 저서 『영혼을 움직이는 리더』에서 이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바로 당신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올바른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평생에 걸친 수행이다. 리더십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며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지식인 것이다. 리더로서 또는 한 개인으로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24시간 의식적으로 평생 노력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는 체계적이면서도 성공적인 리더십의 틀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인 것이다. 내면으로부터 발현되는 진정한 리더십이란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에 얻을 수 있는 결과이다.

이처럼 하나님과의 교제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깨달은 리더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자신의 욕심이나 순수하지 못한 목적을 위해 행사하지 않으며,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거래적 차원을 뛰어넘는다. 또한 진정한 리더는 도덕적 차원에서 추종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진심으로 섬기고 신뢰의 문화를 구축하며 그들의 영혼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과 함께 이러한 의미 있는 가치를 추구할 리더를 육성한다. 우리는 이러한 리더십의 모범을 모세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모세는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하나님께 호소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의 내면적 자질을 알고 계신다. 하나님은 모세가 정의를 향한 타고난 열정과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갖고 있음을 알고 계셨다. 결국 모세는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시고 능력을 부어주실 것을 믿고 리더의 직무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그는 백성들에게 자신들이 더 이상 애굽의 노예가 아님을 깨닫게 했다.

둘째, 모세는 하나님과 끊임없이 교제하며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도 40년 동안 광야에서 생활하면서 배고픔의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수없이 애굽으로 돌아가길 원했으나 모세의 한결같은 믿음과 불굴의 정신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감화시켜 여정을 계속하도록 이끌었다. 영혼을 움직이는 리더는 짧은 연설로 팀원들을 흥분케 하는 카리스마적인 선동가가 아니다. 믿음, 연민, 추진력, 자제력, 끈기 등이 위대한 지도자를 만드는 속성들이다.

셋째, 모세는 지속적으로 신뢰를 주었다. 하나님이 주신 권능으로 모세는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이적을 행했고 백성들은 모세를 신뢰했다. 그러나 그러한 신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굽을 떠나는 것에 매우 기뻐했지만, 홍해에 이르자 단 며칠만에 모세를 공박했다. 하나님이 바다를 갈라놓자,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세를 향한 믿음이 다시 높아졌지만, 사막으로 들어서자 그들의 충성심은 또다시 사그라졌다. 단 한 번만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리더와 추종자가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번즈가 주장한 도덕적 리더십 역시 신뢰 구축 및 의미 있는 가치 추구를 내포하고 있어 영혼이 있는 리더십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몸소 보여주셨던 섬기는 리더십이야말로 영혼이 있는 리더십의 핵심이며 도덕적 리더십을 초월한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켄 블랜차드와 필 하지스는 공동으로 저술한 『섬기는 리더 예수』에서 섬기는 리더로서 예수님의 모습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켄 블랜차드는 하나님을 알고 나서부터 리더십에 대한 시각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고, 예수님에게서 가장 성공적인 리더십 모델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첫 제자들에게 들려준 가르침에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섬기는 행위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 외에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섬기는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열정과 추종자들의 성실한 참여를 유도하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비전에서 시작된다. 예수님은 어부였던 제자들을 보다 큰 목적(사명)을 위해, 즉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기 위해 불렀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라고 명령하면서 미래상의 윤곽을 제시했다. 또한 예수께서는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말씀으로 핵심 가치를 천명했다. 리더십의 진정한 성공은 리더가 가치 있는 비전을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던 순간, 비전 제시의 리더십 관점을 비전 수행 쪽으로 옮겼다. 현실에서 많은 리더와 조직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비전에 맞춰 행하기"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면서 비전을 몸소 수행하셨다. 섬기는 리더십은 비전에서 시작되고 사람들이 그 비전에 맞추어 실천하도록 돕겠다는 섬기는 마음으로 끝난다.

번즈는 현대인들이‘도덕적이며 강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리더십의 위기는 권좌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탁월하지 못함과 무책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혼이 있는 리더, 진정으로 구성원들을 섬기는 리더를 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리더십의 위기는 어쩌면 우리들 자신의 책임이 더 클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올바른 리더십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진정으로 국민들의 복리를 위해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 올바른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인기나 학벌이나 그럴 듯한 겉포장에 현혹되어 그런 사람을 우리의 리더로 선출하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가오는 선거에서는 리더십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분별력을 가지고 올바른 리더를 뽑아야 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