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윤리경영의 발견』(이원재 지음/삼성경제연구소/123쪽/5,000원)
『윤리경영이 온다』(허승호 외 지음/동아일보사/292쪽/9,500원)
『투명경영』(돈 탭스콧 외 지음/김영사/552쪽/19,900원)
『정직한 경영 존경 받는 기업』(래리 존슨 외 지음/한스미디어/379쪽/15,000원)

최근 들어 기업의 투명성, 윤리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용어들이 자주 화두로 등장하고 실제로 기업들이 이러한 부문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삼성, SK 등 대기업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기업들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배려하며, 회사의 경영상황을 종업원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친환경적 사고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물론 여러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아직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분명 느린 속도로나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윤리경영 및 투명경영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제 기업은 윤리경영을 선택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그리고 적극적으로 도입해야만 하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원재 수석연구원은 최근 저술한 『전략적 윤리경영의 발견』에서 이제 윤리경영은 선악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올바른 대안들 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을 도출해내는 전략적 의사결정모형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전략으로 택한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기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에게까지도 윤리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윤리경영은 기업의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활동이고, 기업 가치관은 기업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무형의 자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윤리경영에 대해 몇 가지 잘못된 오해를 가지고 있다. 첫째, "윤리"를 애초 존재하던 "경영" 위에 새로이 덧붙여진 규범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처음부터 "윤리"와 "경영"이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윤리란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과 대립되는 비용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그 이면에는 서슬 퍼런 감사팀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 윤리경영의 문제는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문제다. 당장의 경제적 성과와 직접 연관이 없어 보이는 소중한 가치들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과에 어떠한 연관이 있는가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기업 경영과 통합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둘째,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보육시설 방문, 지역 청소 등의 사회봉사 활동과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윤리경영의 뒤쪽 절반인 "경영"과 연결되지 않은 윤리적인 활동에 불과할 뿐이다. 기업단위의 윤리적 활동이 윤리경영으로 발전하려면 이 활동이 경영전략과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윤리경영이 기업 이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전략적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동정심으로 벌이는 사회 활동은 그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윤리경영은 단순한 자선활동이 아니라 경영에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하는 핵심 경영 활동이다. 전략에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사회 활동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시장 상황이 좋고 기업에 현금이 넘칠 때는 졸부가 돈을 물처럼 쓰듯 여기저기 뿌리다가, 시장 상황 변화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바로 축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관과 장기적 수익성이 통합된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은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도 쉽게 축소되지 않는다. 그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윤리경영은 크게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인적자원관리와 기업 외부와 연관을 맺고 이뤄지는 사회책임경영의 두 분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어 생산성과 고객만족도를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청소 대행업체인 서비스마스터, 그리고 GM과 도요타가 합작해 만든 뉴미 공장의 경우 직원들을 존중하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자긍심을 갖도록 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이루어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라"는 윤리경영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이 현재와 미래의 직·간접적 외부 고객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기업 활동이다. 기업과 다른 사회부문들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밀접해진 지금,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짊어짐으로써 이윤을 보호하거나 오히려 증진시키는 기업 경영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사회책임경영은 이윤 극대화 행위 바깥에 있는 고상한 구호가 아니라, 이윤 극대화를 위한 필수적 요소가 된 것이다.

한편 하승호를 비롯한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들이 저술한 『윤리경영이 온다』 역시 앞으로 윤리경영이 기업의 지배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기업의 윤리경영을 크게 미국식과 유럽식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식 기업윤리는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투명한 경영방식이나 회계제도, 기업의 기부행위 등을 강조하는 데 반해 유럽의 신뢰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문제 해결 방식에 있어서도 미국은 2001년 엔론 스캔들 이후 정부가 주도해 회계 관련 제도를 전면 개편한데서 볼 수 있듯이 시스템 개선을 통한 해결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비해 유럽의 기업윤리 움직임은 인본주의와 자발성에 무게를 두면서, 기업이 서로의 장점을 배우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럼 윤리경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투명성부터 살펴보자. 경영 컨설턴트인 돈 탭스콧과 데이비드 티콜은 공동으로 저술한 『투명경영』에서 오늘날과 같이 네트워크화된 사회에서 투명성은 리더십, 신뢰 및 지속가능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지배구조, 임원진에 대한 경제적 보상, 재무성과의 보고 등에 대한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한때 최고의 기업 투명성을 자랑하던 미국이었지만, 2001년 말 터진 엔론 사태는 미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놓았다. 엔론에 이어 월드콤 등 회계부정은 줄을 이었고,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아더앤더슨도 파산 대열에 끼었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가. 미국 금융권의 분석은 명쾌했다. 경영진들이 월가의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단기수익 전망을 맞추기 위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실적이 분기마다 항상 개선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회계를 통해 실적의 상하 진폭을 완화하게 된다. 말이 좋아 완화이지, 사실은 조작이며 회계분식이다. 이렇게 과대 포장된 실적은 그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안겨줬다.

오늘날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즉각적인 의사 교환이 가능해진 오늘날 내부고발자, 언론, 인터넷 검색엔진, 시민 및 각종 커뮤니티 등으로 인해 기업이 하는 일들이 철저하게 감시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불투명성은 남아 있으며 구시대의 기업문화, 구시대적 경영 모델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세계를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적ㆍ경제적ㆍ사회정치적 힘들이 결국에는 승리하게 될 것이다. 투명성으로 인하여 고객, 직원, 주주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힘이 이동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투명성을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경영컨설턴트인 래리 존슨과 밥 필립스는 공동 저술한 『정직한 경영 존경 받는 기업 Absolute Honesty』에서 "절대 정직"을 강조하며 정직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윤리경영은 반드시 경영자만이 고심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대개의 기업들은 높은 성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팀워크를 강조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팀워크의 저변에는 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물론 팀원들이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잘못된 "친절" 논리 때문에 상사나 다른 팀원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려도 이를 반박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고 무조건 협력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상대를 불편하게 하거나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으면 입 꾹 다물고 넘어간다. 이러한 것은 결코 친절이라고 할 수 없다.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임금에게 꼭 필요했던 정직한 피드백을 제공해준 사람은 어린아이 하나뿐이었다. 직원들의 정직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경영자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절대 정직"을 장려하고 양육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진실을 말하고 절대 정직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진실을 바탕으로 한 윤리 경영은 당장은 손해를 가져오고 위험에 처하게 될 것 같지만 반드시 몇 배의 보상으로 돌아온다.

타이레놀 사건에 대해 존슨 앤 존슨이 보여준 정직과 책임감 있는 행동은 이를 잘 입증해준다. 1982년, 시카고 지역에서 한 범죄자가 두통약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투입했고 이를 복용한 일곱 명이 사망하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존슨 앤 존슨은 40%를 점하고 있는 시장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모든 상황을 정직하게 알리고, 자체적인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여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타이레놀 제품을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타이레놀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일리노이 주에 배포되어 있던 제품 전량을 회수했다. 결과적으로, 존슨 앤 존슨은 그 정직함과 책임감 있는 위기 대처 능력으로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타이레놀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환경 문제 역시 21세기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환경보호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전세계적으로 "그린 구매시스템(일명 그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부품 공급업체에 대해 카드뮴이나 납 등 유해물질을 일정 기준 이하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84년 이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환경 경영 문제를 처음으로 이슈화했으며 "나무 심기"나 "숲 가꾸기"에 그치지 않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환경 경영을 활용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과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조동성 교수는 2002년부터 "윤경(倫競)포럼"이란 모임을 가져오고 있다. 여기서 "윤경(倫競)"은 윤리경영(倫理經營)을 줄인 말이 아니고, "윤리경영이 경쟁력(競爭力)의 원천"이라는 표현을 줄인 것이다. 따라서 윤경포럼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하면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을 믿는 경영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 참가하는 경영자들은 소속 기업에서 행한 윤리경영 사례들을 발표하기도 하고, 다른 기업에서 일어난 윤리경영 관련 사례들에서 배울 바를 취하기도 한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책들의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시장이라는 냉혹한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도 바쁜데 한가하게 윤리 타령할 시간이 없다는 "윤리-전략 상쟁(相爭) 모형"이라는 낡은 틀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은 이제 "윤리-전략 상생(相生) 모형"으로 변하고 있다. 투명성과 인간중시,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기반한 기업의 가치관과 경영전략이야말로 지속적인 성장을 약속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전략적으로 윤리경영을 실행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의 놀라운 성과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