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 지음/이무열 옮김/21세기북스/349쪽/13,000원)

얼마 전 한 기업 경영자가 대학 강연에서 학생들이 ‘탁월한 CEO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감(感)이라고 대답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경영자들은 매일같이 수많은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사안이 중대할수록 방대한 관련 자료들과 많은 논의를 거쳐 가급적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경우 마지막 순간에는 최고경영자의 직관과 통찰력에 의해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의 판단을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이며 과연 어떻게 배양할 수 있을까.

‘티핑 포인트’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최근 저술한 『블링크』(이무열 옮김)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이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블링크’는 2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말하며 이러한 순간적인 판단(snap judgement)은 우리의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해결 방식으로 통상 직관 또는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직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업의 CEO들은 결국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자신의 순간적인 판단력을 믿고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학자 존 고트먼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부부의 15분짜리 비디오테이프만 보고도 이들이 15년 후에도 계속 부부로 남아 있을 확률을 90% 이상 예측할 수 있었던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고트먼은 비디오테이프를 분석하여 부부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코드화 하였다. 그리고 부부가 나타내는 경멸의 감정이 중대한 이별의 징후임을 간파했다. 즉 얼굴에서 경멸의 신호만 읽어내도 그 결혼생활의 패턴까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정보를 ‘얇게 조각내어’ 관찰한 뒤 패턴을 인식하는 과정은 우리의 무의식 영역이 순간적으로 핵심정보를 파악해내어 판단하는 방식과 같다고 말한다. 결국 이처럼 관련 정보들을 얇게 조각내어 관찰함으로써 직관이나 통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순간적 판단들이나 감은 사실 다양한 편견과 차별에 의해 왜곡되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920년 미국 국민들은 그야말로 대통령 후보의 잘 생긴 외모에 편향되어 워렌 하딩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지만 그의 본 모습을 직시하지 못했던 선택의 결과는 실패로 끝났고, 그는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오늘날 급변하는 외부 환경은 우리 모두에게 창의적 사고를 요하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들이 섬광처럼 떠오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심각한 착각일 수도 있다. 결국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흔히 말하는 본능이라든가 동물적 감각이 아니라 관련 정보를 끝임없이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훈련을 통해 편견과 차별을 제거함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블링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