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C. 서로우 지음/현대경제연구원 옮김/청림출판/382쪽/18,000원)

그동안 세계화를 다룬 여러 책들을 소개하면서 이미 여러번 언급한 바 있지만 오늘날 세계화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자 우리 대다수의 현실적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화가 인류의 안녕과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인가는 순전히 우리가 이미 우리 앞에 전개된 글로벌 경제라는 현실을 어떠한 형태로 구축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변화의 원동력을 진단하고 미래의 움직임을 꿰뚫어보는 세계적인 석학 레스터 서로우는 최근 저술한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에서 세계화란 성경에서 나오는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 경제 바벨탑이 지금 아무런 설계도나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건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까지 경제체제를 지배해왔던 국가는 이미 그 역할과 힘을 상실했고, 바벨탑의 실질적인 건설자, 즉 전 세계로 경제활동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기업들 역시 글로벌 경제의 구조와 형태 그리고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로지 효율성만을 지고(至高)의 목표로 생각하고 목적지도 없이 표류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바벨탑의 종말처럼 인류에 거대한 재앙을 초래하고 말 것이라고 두려워하며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바벨탑은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므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화에 대한 찬반을 표명하기에 앞서 우선 글로벌 경제탑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잡음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해야 해야 한다.

결국 저자는 세계화에 있어서 진정한 해법은 세계화를 ‘진행시킬 것인가’ 아니면 ‘진행시키지 않을 것인가’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목적지 없이 표류하며 스스로 진화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그것을 의도대로 구상하고 구축하는데 있다고 강조하다. 이미 오늘날 세계 경제는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어 고립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에 동참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경제가 붕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이 세계화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곧 ‘빈곤의 선택’을 의미한다.

물론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하부구조는 신기술을 토대로 건설된 자본주의이며, 자본주의를 실패하게 만든 원인과 성공시키는 원인이 같다는 사실을 저자는 상기시켜준다. 자본주의의 부정적 요인이라고 해서 제거하게 되면 긍정적 요인도 함께 사라진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세계화의 건설은 유전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불안성을 견뎌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현재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진단하며 이로 인해 발생한 부정적 요소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