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보면 이야기책 두 번 보면 경영학 책』(서진영 지음/국일증권경제연구소) 중에서

팍스 로마나(Pax Romana). 지중해를 내해內海로 삼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대륙에 걸친 거대한 영토를 오랫동안 지배할 수 있었던 로마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역사를 만들기 위해 로마는 수많은 전쟁과 위기를 넘기며 그 영광을 키워왔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전쟁이 2차 포에니 전쟁이었다.

기원전 218년, 유명한 한니발 장군이 이끄는 로마의 적군 카르타고군은 눈 덮인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진격해 왔다. 이렇게 시작된 2차 포에니 전쟁은 15년간이나 계속되었고, 로마는 국토의 절반을 유린당하고 열 명의 집정관급 사령관과 10만 명이 넘는 병사를 잃었다. 특히 전쟁초기였던 트레시노 전투에서만 벌써 1만 7,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칸나에 전투에서는 7만 명이 희생당하는 대 참패를 기록했다. 이것은 그 당시의 인구수를 고려할 때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웅론, 인물론의 관점에서 보면 적장 한니발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한 발상의 전환, 즉 패러다임 혁신을 가져온 사람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알프스산맥을, 그것도 코끼리를 이끌고 넘은, 상식만으로는 도무지 판단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쟁의 개념도 정보전으로 바꿔 상대방 적장의 성격을 파악한 후 상대가 어떤 수를 들고나올 것인지 미리 예측하고 전투를 구상했다. 또 알렉산더 대왕을 벤치마킹하여 기마병을 보병과의 전투에 활용하는 기마전법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5년 간에 걸친 전쟁은 한니발이 로마에 굴복하는 예상외의 결과로 끝났다. 왜 한시대의 영웅이 로마에 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로마와 카르타고를 이끄는 제도의 차이 때문이었다. 제도가 영웅을 이긴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한니발이 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능력 있는 부하 장수가 없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니발 자신은 로마의 어느 장군보다 뛰어났지만 그를 보좌할 부하 장군들 가운데 유능한 지휘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니발 혼자서는 그 넓은 전선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제도적으로 안정된 로마는 2차 포에니 전쟁 후기에 들어가면서 한니발이 이끄는 군대와는 전면전을 피하는 반면, 다른 장군의 군대와 싸움을 함으로써 카르타고군을 격파할 수 있었다. 당시 로마는 공정한 법률, 평등한 사회, 관대한 대외정책을 추구했다. 한마디로 제도가 건전하고 강한 나라였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경쟁 현실에서도 제도, 즉 시스템이 잘 구축된 기업은 한 명의 영웅이 이끌어 가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다.

『한 번 보면 이야기책 두 번 보면 경영학 책』(서진영 지음/국일증권경제연구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