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0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법칙』(리처드 코치 지음/21세기북스) 중에서

구소련의 과학자 가우스는 작은 생물을 놓고 매우 흥미 있는 실험을 했다. 그는 같은 과(科)지만 종이 다른 두 마리의 원생동물을 제한된 음식과 함께 유리병에 넣었다. 이 작은 동물들은 그럭저럭 협력을 유지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함께 살아남았다. 그러나 같은 종(種)의 두 생물을 병에 넣고 전과 같은 분량의 음식을 주자 서로 싸우다 죽고 말았다. 이것을 흔히 가우스의 차별화에 의한 생존 원리라고 말한다. 즉 같은 과는 괜찮지만 같은 종은 곤란한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나와 경쟁자는 아주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가우스의 실험은 경쟁하는 두 종이 공존하려면 하나 이상의 희소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도 이끌어냈다. 만일 한쪽이 다른 쪽의 성장률을 떨어뜨리면 두 개체군은 경쟁한다. 그들은 서로의 음식을 빼앗거나 상대방 공간에 침투하거나 귀찮게 하여 다른 개체군이 자살하도록 만드는 식으로 경쟁할 것이다. 가우스는 원생동물의 전쟁에서 세 가지 결과를 발견했다.

·두 종이 똑같이 서로를 침략하는 경우 : 그들 사이의 경계선은 무너지고, 결국 그들은 동일한 공간 내에서 공존하는 것으로 끝난다.
·오직 한쪽 종만 다른 쪽을 침략해서 지배하는 경우 : 침략 당한 종은 쑥대밭이 된다.
·어느 종도 상대를 침략하지 못하는 경우 : 지금은 구시대 유물이 된 무기 경쟁처럼 평화를 보장하려는 힘의 균형이 생긴다. 생물학자는 이것을 공영이라 부른다.

생태학자 맥아더는 휘파람새들에게 있어서 가문비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고 했다. 서로 다른 유형의 휘파람새들을 같은 나무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틈새를 찾아 둥지를 튼다. 최소한 한가지는 나만의 독특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경쟁자와 같은 종으로 남아 가우스의 유리병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1970년대 영국의 모터사이클 업계에서 벌어졌던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의 혼다 사는 영국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두 개의 독특한 시장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 일본이라는 대형 시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형 모터사이클 시장이었다. 물론 두 가지는 중복되지만 개념적으로 보면 분리가 가능하고 적어도 일본 밖에서는 외형적으로도 분리되어 있다.

처음에 영국은 대형 모터사이클이라는 별개 시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과 혼다의 관계는 불균형 관계였다. 영국 모터사이클은 원래 크고 강력하게 설계되어 있는 데다가 소형 모터사이클을 개발하려면 너무나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영국은 혼다의 시장에 들어설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모터사이클은 규격화된 부분을 조립하여 만드는 모듈식 부품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터사이클의 크기를 크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혼다의 제품은 운송비용을 뺀 뒤에도 영국의 모터사이클 업체보다 가격이 더 싸고 품질도 더 우수했다. 이는 또 다른 불균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이 영국 모터사이클 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 영국 업계는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일본이 시장에 들어선 뒤에도 겨우 장난감 같은 모터사이클을 파는 회사라고 무시했다. 그러나 만일 영국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가우스의 원생동물 실험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일찍 예견했을 것이다. 마치 BMW 사가 엉덩이가 큰 사람들을 위한 초(超)안락형 모터사이클을 만들었듯이 일본이 들어올 수 없는 독특한 틈새 시장을 개발하는 것만이 영국 모터사이클 업계의 생존을 보장하는 방법이었다. 결국 1980년대에 이르자 영국의 모터사이클 산업은 혼다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 직전에 이르렀다.

『80/20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법칙』(리처드 코치 지음/21세기북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