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기적 오늘은 상식』(김형회 지음/두란노) 중에서

핸드폰의 대명사 노키아. 이 브랜드는 현재 유럽의 핸드폰 시장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는 핀란드의 세계적인 무선 통신 회사이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노키아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지난 130년 동안 이 회사는 임업 제품과 펄프, 종이와 고무 장화 등을 생산해 온 지극히 평범한 회사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즉 TV와 소형 컴퓨터를 생산하는 등 사업 다변화를 통한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TV 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큰 손실을 보았고, 소형 컴퓨터 부문도 실패해서 생산 설비를 처분했다. 1980년대 말에는 급기야 사장이 자살하는 비운을 맞는다. 1991년과 1992년에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제 말 그대로 회사의 존폐가 문제되었다.

1992년 1월, 드디어 노키아는 새로운 사장으로 요르마 올릴라라는 인물을 영입한다. 회사의 사활을 건 신중한 모험이었다. 올릴라 사장은 곧 디지털 시대가 오리라 전망하고 통신 산업이 21세기를 선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중에서도 이동 전화가 가장 큰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 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핸드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사업을 확장하여 TV와 소형 컴퓨터를 생산하려다가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된 마당에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쌓인 기술력도 없이 도전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더욱이 이미 모토로라를 비롯한 대형 통신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며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장에 이미 기울어 가고 있던 작은 핀란드 산골의 회사가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올릴라 사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오히려 과감히 핸드폰 사업을 사이버 기업의 형태로 운영하면서 모든 결정과 행동에 민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갔다.

특히 그는 노키아가 핸드폰 제조에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즉 모든 것을 아웃소싱 하는 방법으로 핸드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래서 회로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심지어는 판매도 아웃소싱을 하면서 비전을 이루어 갔다. 처음 시작하는 회사가, 그것도 변신에 실패해서 사장이 자살하기까지 한 회사가, 아무 기술도 없이 설계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다른 회사에 외주를 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이는 그 당시까지 누구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혁신적인 경영 방법이었다. 그럼 노키아의 사원들은 어떤 일을 했을까? 올릴라 사장은 회사 중역들과 엔지니어들을 청소년 캠프장이나 캘리포니아 해변으로 보냈다. 그리고 고객이 생활하는 현장에 나가 그들과 직접 대화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메모하고 연구하게 했다. 즉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것이 이들의 관건이었다.

그 결과 그들은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핸드폰은 검정색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고객들이 원하는 건 다양한 색상의 핸드폰이었다. 노랑, 빨강, 파랑…다양한 색상의 핸드폰. 이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노키아는 세계 최초의 다양한 색상의 핸드폰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얼마 후 노키아는 핸드폰의 패션을 주도해 가기 시작했다. 성능 좋고 다양한 색상을 갖추었으며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기능성과 함께 장식성을 가미한 핸드폰, 노키아가 탄생한 것이다. 동시에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가장 갖고 싶고 휴대하기 편한 전화라는 이미지를 심어 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93년 핸드폰 시장에 뛰어든 지 불과 2년 만에 노키아는 23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며 유럽 1위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어제는 기적 오늘은 상식』(김형회 지음/두란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