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헤이그 지음/지아이지오 커뮤니케이션즈/2003년 11월/318쪽/13,000원)

일본 최고의 유제품 제조 브랜드인 스노우에게 2000년은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스노우에서 생산된 우유 및 유제품을 먹은 사람들 중, 일본 서부 전지역에 걸쳐 1만 4천 8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갑자기 식중독을 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스노우의 생산라인인 오사카 공장에서 저지방 우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박테리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PR에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했다. 이로 인해 스노우는 식중독 발생 자체보다 그 이후 행동들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더 큰 손상을 입게 되었다.

사건 이후 스노우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고의적으로 리콜 대상자들을 축소시킨 것이었다. 오사카 시의 공중보건센터는 두 가지 제품에 대해 리콜을 요구했으며,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스노우가 자발적으로 리콜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그러나 스노우는 문제 해결의 노력을 거의 보이지 않다가 시 당국이 강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후에야 비로소 마지못해 리콜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이에 보건당국이 직접 나서서 리콜명령과 행동지침 실시를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스노우는 사건의 정확한 실상에 대해 계속 은폐하려 했다. 스노우는 계속하여 문제의 발단이 되었단 기계설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거의 매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염물질이 발생한 지역은 지극히 좁은 지역에 불과하다고 발뺌했지만, 이어진 조사결과 회사가 주장한 것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언론을 통해 실상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 식중독 사건을 거만한 기업 스스로가 자초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식중독 사건은 일본 북부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박테리아에 오염된 탈지분유를 원료로 만든 12만 5천 개의 우유와 유제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스노우는 1만 4천 8백 명 이상의 오사카 시민이 식중독으로 쓰러진 이후에야 리콜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일본 역사상 가장 큰 식중독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우는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리콜을 단행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리콜 대상으로 지정된 요구르트, 가공유, 기타 유제품에 대해서는 어떠한 문제도 접수된 바 없다. 9만 5천 개의 제품들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으므로 더 이상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을 것이다."

스노우는 식중독 사건 발생의 근원지인 일본 북부지역의 공장을 일요일만 가동치 않기로 했으나, 지역 보건국은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탈지분유에서도 포도상구균이 검출되자 이와 관련하여 공장의 무기한 폐쇄를 명령했다.

스노우의 주가는 사건 이후, 큰 타격을 받아 112억 엔의 손순실을 야기했고, 총 21개의 공장이 일시적으로 폐쇄되었다. 식중독 사태의 결과 판매실적은 급감했고, 스노우의 회장 데츠로 이시가와는 공장 중 8개를 영구적으로 폐쇄했다.

식중독 사건 이전에 스노우는 4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사건 이후 10% 이상 점유율이 감소했고, 아직도 2000년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데츠로 이시가와 역시 큰 대가를 치루었는데, 그는 회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하여 언론에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기업의 비도덕성을 여실히 보여준 스노우로부터 우리는 다음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즉각 대처하라. 스노우는 너무 늦게, 그것도 마지못해 나선 탓에, 제품을 빨리 수거하고 언론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둘째, 이기적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스노우는 식중독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보다는 오로지 기업의 재정적인 손실에만 초점을 맞췄다.

셋째, 준비를 소홀히 하지 말자. 스노우는 사람들에게 회사의 입장을 표명할 때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못했다.

- 『브랜드 괴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