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뱃스톤 지음/신철호 옮김/거름출판/2003년 10월/350쪽/15,000원)

기업도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어떤 때는 불가피하게 본 궤도를 이탈하기도 한다. 원래의 궤도로 복귀하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기업의 체질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기업이 실수나 문제점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진실한 모습만 보여준다면 고객은 언제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이다.

코카콜라의 자회사인 오드월라는 매우 성공적인 주스 음료 생산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회사가 아직까지도 살아 남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음료 유통망의 일원으로 건강에 좋은 주스제품을 공급한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1996년 말, 오드월라가 독립회사 체제였을 때 기업의 사활이 걸린 위기에 직면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건 당국자들은 이 회사의 사과 주스 제품과 워싱턴 주에서 발생한 대장균 감염 사태가 관련이 있다고 지목했다. 당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어린이들이었다. 신선하고 상쾌한 이미지로 명성을 쌓았던 회사에 이보다 더 치명적인 시나리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급박한 위기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면 이에 대처하고 피해를 수습하느라 허둥댄다. 그러나 오드월라는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현명하게 준비해왔다. 1993년에 이르러 오드월라가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창업자인 스텔텐폴은 회사의 비전을 재정립해야할 시점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스텔텐폴과 경영진은 "비전 링크"라는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모든 사원들이 오드월라가 향후에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 목적을 어떤 방법으로 이룰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판매업자들과 유통업자들 또한 논의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회사 전체로 확대되어 4개월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결국 오드월라의 사원들은 음료업계에서 "환경보존에서의 리더십과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며 납품업체, 판매업자,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에서 "정직, 윤리경영, 존중"을 실천하며 행동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윤리 선언같은 것이 오드월라에게 어떤 일을 일으켰을까?

대장균 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오드월라의 이 핵심 기업가치들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회사는 즉시 위기관리 센터를 가동했고 사무실 벽의 잘 보이는 위치에 회사의 기업이념이 적힌 사본을 게시했다. 오드월라의 고위 간부들 중 일부는 그 핵심 가치들이 자신들의 행동 기준을 판단하는 시금석이 되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 벽에 걸린 선언문을 보고는, "음, 만약 이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우리는 반드시…"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드월라는 즉시 자사의 제품을 회수했고, 음료를 마시고 몸에 이상이 발생한 사람들의 의료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의 과실로 인한 소송을 우려한 변호사의 조언을 물리치고, 스텔텐폴과 다른 고위 간부들은 희생자의 가족들을 찾아가 사과했고,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진심으로 심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텔텐폴은 이러한 대처는 사람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는 데 기여했다. 오드월라는 용감하게 책임을 떠맡았고, 결국 그로 인한 고객들의 호응이 회사를 살려냈다.

- 『영혼이 있는 기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