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에게 배우는 디지털 리더십』(김석우 지음/느낌이 있는 나무) 중에서

조지 마샬은 2차 세계대전 중 미 육군 참모총장에 취임하여 미군의 전력 증강과 조직강화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였고, 전후에는 유럽 부흥계획인 마샬 플랜 을 추진하여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1939년 9월 1일, 마샬이 미 육군 참모총장이 되던 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당시 미군의 정력은 고작 20만 명으로 세계 19위였으나 마샬의 지도아래 미국과 연합국은 사상 유래 없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 후 5년 뒤 미국은 830만 명의 잘 훈련된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할 수 있었다.

처칠은 조지 마샬을 일러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육군 지휘자인 진정한 승리의 조직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진정한 리더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루즈벨트 대통령을 포함한 여타의 사람들을 제치고 마샬을 지목했다. 리더십의 크기가 단순히 지위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 수행에 따른 역량과 신념의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충성심과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장교라는 주위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급은 매우 느렸다. 그와 동갑내기인 웨스트 포인트 출신의 맥아더가 사성장군으로 미 육군 참모총장일 때 그는 겨우 중령에 불과했다. 오랜 라이벌인 맥아더에 의해 매번 준장 진급이 보류되었던 그가 진급할 수 있었던 시기는 맥아더가 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나 필리핀 방위군 사령관이 된 후였다. 그때 그의 나이는 55세였다.

1938년 어느 날 마침내 마샬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크레이그 참모총장의 부관이었던 그에게 백악관 군사자문 회의에 참석하라는 통지가 날아온 것이다. 당시 군 지도자들은 미국의 약한 국방력을 내심 걱정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루즈벨트는 전투기 1만 대를 만들자는 의욕적인 제안을 한다.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었으나 참여자들의 대다수는 무조건적인 동의를 표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마샬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그는 특유의 정직함으로 "대통령 각하, 죄송하지만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샬이 판단하건대 그렇게 많은 전투기를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야심적일 뿐 아니라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격분한 루즈벨트는 곧장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회의는 흐지부지 끝이 났다. 모든 사람들은 마샬의 워싱턴 생활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루즈벨트는 그 일을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솔직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 달 후, 루즈벨트는 33명의 고참 장성들을 제치고 마샬을 새 육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했다.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참모총장에 취임하던 날 마샬은 유명한 말을 남긴다. "각하, 앞으로도 종종 심기를 건드리는 보고를 드릴 텐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무조건 복종하는 부하는 상관의 이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유용한 기능은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평소 신조였기 때문이다.

마샬의 이러한 전모는 그의 장례식장에서 상관이었던 트루만 대통령이 선언한 말에서 생생히 읽을 수 있다.

"마샬은 금세기의 위인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내가 죽으면 마샬이 나를 자신의 부관으로 임명하여 그가 나를 위해 했던 일들을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뛰어난 2인자는 어중간한 리더보다 낫다. 출세가 늦었던 조지 마샬의 경우가 그렇다. 맥아더의 그늘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던 순간에도 그는 협력자의 본분을 지켰고, 그것이 훗날 모범적인 리더상을 구현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던 것이다.

『왕건에게 배우는 디지털 리더십』(김석우 지음/느낌이 있는 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