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트라우트·알 리스 지음/차재호 옮김/비즈니스북스/274쪽/13,500원)

치약부문에서는 프록터 앤 갬블 사의 "크레스트"가 미국치과협회의 승인을 얻어 제1위의 자리로 뛰어오르면서 치약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치약회사들은 제품형태를 변화시킴으로써 많은 진전을 보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사례로 레버(Lever) 사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치약이 흰색 크림 형태였던 70년대 초에 레버 사는 투명한 치약이 소비자들에게 상쾌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레버 사의 과학자 두 명은 이전의 치약에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규산 연마제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투명한 겔 타입의 치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맑고 붉은 겔 타입의 클로즈업(Close-Up)이 탄생했고, 이후 클로즈업은 치약판매에서 3위의 자리로 급속히 부상했다.

이러한 겔을 가능하게 만든 연마제가 연구실에서 실험 도중 우연히 발견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잘못이다. 치아를 희게 하고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맑고 붉은 겔 타입의 클로즈업의 컨셉트는 마케팅 전략의 결과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러한 컨셉트에 맞는 합성물을 찾아냈던 것이다. 뛰어난 전략적 사고에는 전술적 이익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만일 지금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그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을 때 훨씬 쉽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에 취한 레버 사의 행동도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들은 클로즈업에다 불소를 첨가하기로 하였다. 그 목적은 6세에서 12세 사이의 아동들의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폴크스바겐처럼 무리하게 확장하지는 않았다. 레버 사는 생산라인을 확장하지도 않았고, 불소 클로즈업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들은 전혀 새로운 상표인 에임(Aim)을 내놓았던 것이다.

떠들썩한 치약전쟁은 입안에서 승패가 갈렸다. 어린이들의 결정이 종종 가족들의 치약 상표를 결정한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 에임은 불소가 섞인 감미로운 겔 타입의 치약이었다. 이 치약 역시 클로즈업과 함께 성공을 거두어 두 가지 브랜드가 시장을 20% 가량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비참(Beecham)이라는 회사는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동시에 충치도 예방하는 또 다른 방법을 개발했다. 에임이 눈부시게 발전한 몇 년 뒤, 비참은 아쿠아후레시(Aqua-fresh)라는 이중보호 치약을 도입했다. 그 차이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쿠아후레시는 흰색의 크림치약(충치예방)과 파란색 겔(입 냄새 제거)을 합한 것이었다. 육안으로 보이는 이중색채 효과와 이중보호라는 컨셉은 이 치약을 단숨에 3위로 끌어올려 에임과 클로즈업을 앞질러 나갔다.

제품의 형태를 변화시켜 측면공격을 한다는 컨셉은 굳이 치약부문에만 한정되지 않고 거의 모든 제품에 이러한 기법을 도입할 수 있다.

- 『마케팅 전쟁』 중에서